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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이연재

 

​과천시

 

63 SeogangRo Mapogu Seoul

archinous@nate.com

Tel: 02-6959-8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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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모더니즘이 세상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것 같은 시기에 시카코 학파의 거장인 루이스 설리반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Form Follows Function.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이 말은 모던 디자인에서 중요한 이념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말에 열광하며 자신들의 디자인철학에 적용하였었다.

현대디자인교육의 기본을 세운 독일의 바우하우스에서 출발한 모더니즘의 교육은 우리사회로까지 전파 되었고 나 또한 이런 교육을 받았었다.

그러나 실무를 하면 할수록 과연 기능만이 최고의 덕목인가 하는 반문을 가지게 되었고, 얼마 전 건축에 대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어서 강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

Form Follows Thinking. -형태는 사고를 따른다.-

 

#1。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었다.

“선생님이 설계하신 ‘검이불루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개념과 같은 집을 짓고자 합니다.”

어제 통화 내용이 생생하게 귀에 맴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평소에 늘 가지고 있는 생각이지만.. 과연 그 실현이 가능한 건가?

내내 이 생각에 젖으며 늦게라도 현장은 꼭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오후 늦은 시간에 도착한 현장이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과천시지만 양재동의 경계에 놓인 부지는 위성에서 봤던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 이었다.

우면산과 청계산의 기가 대지에 흐르지 않을까 하던 생각은 혜안이 부족한 나의 눈에는 그저 먼 산에 불과 했다.

그러나 대지 우측의 작은 등산로에 들어서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대지는 적당한 경사를 가지고 남으로 흐르고 있었고 그런 경사에 따라 적당한 기울기를 가진 자연이 함께 하고 있었다.

어둑해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야산까지 모두 가 본 다음 간단한 현장 스케치를 마치고 다음날 건축주 가족을 만났다.

 

#2。

건축주 내외, 출가한 딸, 사위, 그리고 아들까지... 모든 가족이 건축가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건축주가 내놓은 스케치 묶음을 보고 적잖히 놀랐다.

많은 집 설계를 해봤지만 설계의뢰를 하면서 이렇게 상세한 스케치를 준비해온 건축주는 처음이었다. 그야 말로 우리선조들이 그렸던 도면처럼 평면과 입면이 한 화면에 있는, 그리고 각 실에서 이루어질 가족들의 생활과 역사들이 빼곡히 적혀 있는 그런 설계도를 내밀었다.

대화 내내 우리는 원래 살던 주택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고 거기서 이루어진 가족의 역사 그리고 앞으로 살게 될 가족들의 패턴, 하물며 반려견에 대한 얘기까지를 나눴다. 첫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 내 머리 속에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함께 다음의 단어를 생각했다.

Form Follows Client. -건축은 집주인을 따른다-

 

#3。

대지는 195평으로 가족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집짓기에 적절한 규모였다. 개발제한구역에 위치하여 자연의 보존이 잘되었고, 향후에도 이런 주변 환경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를 시작했다.

기존주택은 34년이 되어 전면 철거해야 했으므로 기존대지가 가지고 있던 흔적중 보존할 만한 것 들을 조사하였고, 건물은 철거하되 수목들은 최대한 보존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뒷면 우면산 자락과 연결된 계곡은 자연의 흐름을 최대한 끊지 않는 설계가 되어야 했고, 이는 향후 평면 결정에도 중요한 요소가 되었으며, 일정한 레벨을 가지고 만나는 길로 인하여 지하층은 자연스럽게 주차장과 연결이 되었다. 이런 경사지에서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것은 집의 main entrance(주 현관)을 어디로 두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작용한다. 또한 대지의 서측면은 기존의 주택단지가 형성이 되어 마을과의 교감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동측면은 개발제한구역에 적당한 수공간이 흐르고 있어.. 동측면의 향과 자연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이는 향후 설계에 상당히 반영되었다.

 

#4。

우선 뒷계곡에서 흘러오는 자연의 흐름을 대지에 적용하여 기능에 따라 채를2개로 분리하여 거실존과 주방식당&마스터 존을 분리 하였다.

전면 마당을 당연히 남쪽을 향해 자리 잡았고, 북측에는 지하실 채광을 위하여 썬큰을 계획하여 지하의 활용도를 높혔다. 지하의 주요 시설은 손님을 위한 공간으로 접견실, 라이브러리, 게스트룸과 A.V룸등이 위치 하였고, 1층은 가족들의 사생활 공간인 거실과 식당 그리고 마스터존이 위치하게 되고 2층은 자녀방과 분가한 딸과 손녀의 방까지 계획되었다.

계획 과정중 다락과 옥상의 쓰임새에 대하여 논의 한 결과 작은 다락은 다른데서 느낄수 없는 유닉크한 공간이 되었고, 계절에 따라서 옥상의 역할은 다양할것으로 예상된다.

건축주가 최초 제안한 스케치는 설계하는 내내 유효하게 쓰이었다.

3차례에 걸쳐 계획안은 그 틀을 잡아갔고, 건축 인허가를 마치고 집을 철거하기전 현장답사에서 지금의 안인 동쪽으로 마당을 여는 계획안이 최종 완성되었다.

 

#5。당호

뒤돌아보면 이집은 시작할 때부터 자연과 인연이 있었다.

서울의 경계선에 인접한 대지는 도심에서 볼 수 없는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점에 매료가 되어 건축주는 이 땅을 구입하였고, 설계과정에서도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손실(?)을 주는게 목표 였다.

처음 만남의 자리에서 건축주는 가족의 프로그램을 말하면서 당호를 ‘이연재’로 하면 어떠냐고 조심스레 말을 꺼넸다.

‘易然齋’ -그러함이 편안한집-

나는 이렇게 해석했고 그동안 내가 주장했던 ‘쉬운건축’과 맥이 상통하였고, 공교롭게도 건축주의 자녀들 이름에도 然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더 할나위 없이 훌륭한 당호 였다.

나중에 건축주는 이연재의 易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易然齋의 이(易)

易(자연의 이치)에는 易簡과 變易과 不易의 세 가지 의미가 있다.

- 이간(易簡)이란 알기 쉽고 간단 명료하다는 것이다.

- 변역(變易)은 변화로 자연은 한순간도 변화하지 않는 때가 없음을 말하고,

- 불역(不易)은 그 변화 가운데 변하지 않는 이치가 있음을 말한다.

주역 계사전(繋辭傳)에 이간(易簡)이 바로 천하의 이치임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易簡而天下之理得矣니 天下之理得而成位乎其中矣니라

- 쉽고 간략함에 천하의 이치가 얻어지니, 천하의 이치가 얻어짐에 그 가운데에 자리를 이루는 것이다.-

 

건립일지 표지의 易然齋는 집주인이 직접 쓴 것이다.

 

#5。Episode

2018년 10월 4일 터파기 중에 땅속에서 큰 바위가 나와서 이걸 반출하기 위해 바위를 쪼개도 크레인까지 동원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때마침 현장에 온 건축주가 ‘수 백년이 넘게 여기 있었는데 그냥 두면 안 되느냐’고 했고, 이 바위가 이 땅과 이 집을 있는 연결고리가 되겠구나 싶어서 공사 책임자를 설득하고 설계를 일부 변경해 지하 접견실의 중앙부에 위치를 잡았다. 완성하고 보니 여름엔 땅속의 시원한 기운을 방출하고 습도 조절도 하는 것 같다.

이제 이 바위를 통해 이 땅의 역사가 이집의 역사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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